▲ 정세민 기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 감염의 공포에서 인류를 구원해주리라 믿고 있다. 물론 백신이 보급되는 만큼 그리고 치료제가 개발돼 투약되는 만큼 코로나19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이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원인을 찾아내 해결해야만 진정한 코로나19의 종식을 가져올 수 있지 백신과 치료제만으로는 결과처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의 원인은 무엇인가? 중국 우한에서 박쥐를 잡아먹는 비위생적이며 야만적인 식생활 탓인가? 아니면 생화학무기연구소에서 몰래 개발하다가 유출된 바이러스 때문인가? 마치 10여 년 전 나온 영화에서 미군이 버린 화학물질 때문에 괴물이 생겨나 서울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아직도 코로나19를 공상과학 수준으로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인류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물질문명을 이룩하였다. 고도로 발달한 물질문명은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었고, 오늘날 최첨단 과학기술을 구가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이런 문명의 이기(利器)는 알고 보면 다 자연을 이용하면서 얻어낸 것이다. 자연을 이용해 얻었다 했지만 실은 자연을 철저히 착취하면서 이뤄낸 현대판 바벨탑이다. 결국, 인류는 자연을 착취한 대가로 자연으로부터 처절한 응징을 당하고 있다.

환경오염, 오존층파괴,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 그 옛날 선지자들이 이스라엘의 종말을 고한 경고처럼 떠오른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던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선지자의 피눈물 섞인 외침을 애써 무시하다가 결국 앗수르와 바벨론에게 멸망했다. 환경운동가만이 아니라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인류가 무참히 파괴하는 자연이 언젠가는 역습을 하리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인간의 근원적 어리석음 때문인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 때문인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참사를 불러오고 말았다.

이제는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유지되는 현대문명은 종말을 고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더는 발전할 수 없을 만큼 최첨단으로 발전했지만, 인류는 가장 원시적인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했다. 진리는 자연을 따르는 데 있지 자연을 거스르는 데 있지 않다. 순리(順理)대로 살아야지 역리(逆理)로 살 수 없다. 자연의 역습에 인간은 겸허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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